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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산소식

작성일 : 26-02-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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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하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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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 격언이 있다. 한 시대를 관통해온 이 문장은 이제 수정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오늘의 정치는 그 반대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렇게 고쳐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보수는 분열하면 망하고, 진보는 부패로 망한다.”

정치는 늘 도덕을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이해와 계산이 앞선다. 보수는 가치와 질서를 말해왔으나 내부의 분열 앞에서 쉽게 무너졌고, 진보는 정의와 개혁을 외쳐왔으나 권력을 쥐는 순간 부패의 유혹 앞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문제는 진영의 이름이 아니라, 권력을 다루는 태도다.


문제는 진영 아닌, 권력 다루는 태도


정치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공직사회에 대한 인식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공직은 ‘안정된 자리’로, ‘권한이 따르는 직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국민을 대신해 불편을 감수해야 할 자리가, 오히려 국민 위에 서는 자리로 오해받는 순간, 행정은 국민의 삶과 멀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 문장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하다.” 이 말은 공직자를 괴롭히자는 뜻이 아니다. 공직이 본래 감당해야 할 무게를 회복하자는 말이다. 공직은 편해서는 안 된다. 책임이 무겁고, 판단이 고단하며, 때로는 욕을 먹어야 하는 자리다. 그 고단함이 국민의 불편을 대신 짊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책임은 가볍게, 권한은 무겁게 행사하려는 태도다. 절차는 형식이 되고, 감사는 요식이 되며, 민원은 통계 속 숫자로만 남는다. 이때 국민은 행정에서 보호받는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된다. 행정의 언어가 차가워질수록, 국민의 삶은 더욱 거칠어진다.

진보가 부패로 망한다는 말은 특히 뼈아프다. 정의를 말해온 세력이 스스로의 도덕을 관리하지 못할 때, 그 실망은 배가된다. 명분이 컸던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보수의 분열 또한 다르지 않다. 내부의 권력 다툼과 책임 회피는 결국 국민에게 혼란만 남긴다. 국민은 진영 싸움의 심판자가 아니라, 그 피해자가 된다.



거창한 담론보다 공지가 태도가 중요



정치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거창한 담론보다 중요한 것은 공직의 태도다. 서류 한 장을 더 들여다보고, 현장에 한 번 더 나가며, 불편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일이다. 공직자가 힘들어질수록, 행정은 정교해지고 국민의 삶은 단단해진다.

권력은 편안함을 주는 순간부터 위험해진다. 정치도, 행정도 마찬가지다. 국민 위에 서려는 순간, 이미 공직의 본분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치 격언 하나쯤 고쳐 써도 될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격언을 고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직의 자세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공직자가 다시 힘들어질 때, 국민은 비로소 조금 편해질 수 있다. 그 단순한 진리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정치의 출발점이자 행정의 도착점일 것이다.